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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【산책길】 결국엔 나도 관망하고 있었음을
카테고리 칼럼
 최근 탈영병 체포조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‘D.P’가 지난달 27일 공개돼 3일 만에 한국콘텐츠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. ‘D.P’는 군대 내 병영 부조리와 가혹행위, 인권 문제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내 사회 전반적으로 연령대와 성별 가릴 것 없이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.
 
 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탈영 기간 5년이 넘은 장기 군무이탈자는 총 9명이다. 이들 중 대부분은 탈영한 지 10년 이상이고, 18년째 찾지 못한 인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. 군은 장기 군무이탈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복귀 명령을 내리고 있고 체포 활동도 하고 있지만, 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. 그 이유가 무엇일까.
 
 작년 군 인권센터에 고충을 호소하는 상담 건수는 2천여 건 정도다. 수많은 상담과 제보 속 이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는 익명 보장이었다. 피해자가 비밀을 지켜달라는 모습에서 군대라는 폐쇄적인 조직은 아무리 조심해도 피해자가 결국 밝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. 휴가나 외박이 아닌 이상 24시간 내내 가해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공간에서 신고자로 특정된다면 그에 대한 압박과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.
 
 ‘D.P’를 보는 내내 너무 불편했다. 3년 전 나는 군 복무 시절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. 지나간 것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. “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없어질 것이다” 생각하며 평온한 하루를 살아가려 노력했다.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당시 성추행을 당하고 3개월은 드라마에 나온 조 일병의 마음과 동일했다.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었다. 하지만 내부적인 압박과 합의로 결국, 나는 군대를 전역하고 이 일을 가슴에 묻었다.
 
 지금도 군대 내부에는 각자의 꿈을 위해 달려온 청년들에게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공존한다. 꼭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얻는 게 있고 변화가 있는 사회라면 그들이 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다쳐야 할까. 피해자들이 군대에 오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지 않았을까.
 
 군대 다녀오면 철이 든다는 말이 있다. 이 말은 폐쇄조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적응해 사회 문제를 묵인하는 뜻일지도 모른다. 군대 내 병영문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. 개선되고 있다는 말은 아직도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. 그 안에서는 아직도 누군가가 울고 있고 탈영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. 
 
 마지막을 빌려 질문한다. 황 병장 같은 입장이었던 분들 “지금 당신은 안녕하신가요?”
 
<맹찬호 기자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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